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으로, 모든 사람들의 해석을 존중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루키메데스의 '마왕' 타이틀은 단순 중2병/개그 기믹이 아닌 하나의 페르소나다.
단, 하루하라 씨는 별생각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마왕이라는 타이틀은 사실 되게 웃기게 느껴지는 데다가, 다른 세계의 루키메데스들은 대개 타인이 그에게 별명을 붙인 거지 마왕처럼 스스로 이명을 붙인 게 아니다. 그런 탓에 마왕 기믹이 개그처럼 느껴져서 간과하기가 쉬운데, 나는 창작물 속 캐릭터에게 있어서 이름/타이틀은 굉장히 큰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1
그렇기에 루키메데스가 마왕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페르소나를 생성하는 과정이며, 이렇게 마왕이라는 호칭으로 이전의 자신과 마왕인 그를 분리한 이유는 자아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실, 시시리의 사망에 자신이 연관되어 있지 않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즉 낙석 사고를 통해 시시리가 사망한 세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마왕이라는 가면을 통해서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 원망할 대상이 자기 자신이 아니니까.
낙석사고로 인해 시시리를 잃은 대재해-재앙 루키메데스는 원망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린다. '시시리와 레이크는 살해당한 것이다' 라고. 이때 루키메데스가 마법을 연구하는 동기는 시시리와 레이크를 되살리기 위해서, 더불어 그들을 살해한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이다. 2
사실 시시리네를 죽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세계다. 루키메데스 역시 무의식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의 파괴적인 힘은, 특정한 인간이 아닌 세계 전체로 향한다. 그가 이런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것은 자기 합리화를 위함이다. '낙석'이라는 사고로 시시리네가 죽어버린 거라면, 그가 세계를 향해 휘두른 폭력은 시온이 말했듯이 그저 '분풀이'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냄으로써 루키메데스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연구'에 더불어 '복수'라는, 제 딴에는 나름대로 타당하다 느껴지는 구실을 얻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반파되는 세계는, 큰일에는 늘 딸려오는 작은 희생일 뿐이다.
이때 마법을 완성시킨 루키메데스는 시시리와 레이크를 포기한다. 조금 더 연구하면 시간 이동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의 경우, 실제로도 엘프와 알프라는 예시가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당시의 그는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없었겠지만, 실제로 미래에 시간 이동이 일어났다면, 마법의 창조자인 루키메데스는 그 가설이 꽤 가능성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죽음을 택한다. F5 37화 (혹은 전용 플러스)에서 엿볼 수 있듯이, 루키메데스는 본질적으로 용기가 없는 인물이다. 한 번의 실패가 그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것이다. 3
대재해 루키메데스가 그렇게 한 번의 실패를 겪고 곧장 모든 것을 포기했듯이, 주술사 루키메데스도 한 번의 실패를 겪고 모든 것을 포기한다. 죽지 않는 군대, 그로 야기된 혼란과 공포를 본 루키메데스는 어떠한 일에도 간섭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크레아시온 세계관의 루키메데스는 타인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릴 수 없다. 시시리네가 사라진 원인은 바로 루키메데스의 연구이기 때문에. 루키메데스가 진행한 실험의 사고로 사라져 버린 거니까.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건 루키메데스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4
3장 18화, 루키메데스는 두 사람의 실종을 목격한다.


이 세계관에서는 '시시리와 레이크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연구를 지속하게 되고, 2장에서 알바가 꿈으로 엿보았듯이, 시온이 어느정도 컸을 시점 루키메데스는 마법을 완성했다. 크레아와 시온이라는 크나큰 희생을 치르면서. 이 시점에서 루키메데스가 크레아나 시온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 이유는 이미 미쳐있었기 뿐만 아니라, 마법을 연구하던 도중 시시리와 레이크의 목숨을 이미 희생시켰고, 이 과정에서 루키메데스가 자기 합리화를 마쳤기 때문이다.
3장 19화에서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볼 수 있다.




루키메데스의 사고 흐름을 추측하자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시시리와 레이크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희생'이다.
시시리와 레이크가 마법의 완성을 위해서 희생할 정도로, 마법은 중요한 것이다.
시시리와 레이크는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죽은 것이다.
때문에 2장 중반의 루키메데스는 크레아와 시온의 목숨을 다소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크레아와 시온의 목숨 역시 그가 멋대로 이름 붙인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크레아와 시온이 그와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만을 특별 취급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제일 처음 희생된 것이 시시리와 레이크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희생시키지 않을 거라면, 시시리와 레이크는 도대체 왜 희생된 것인가? 그들의 죽음에는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그들 역시 루키메데스를 '위해서' 희생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크레아와 시온이 그와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가장 먼저(의도치 않은 사고를 제외하고서) 희생시키고자 결심한 걸 수도 있다. 그렇게 '가족'을 자기 의지로 희생시킨다면, 과거에 있었던 '사고' 역시 사고가 아니라 '희생'이었다는 가설에 힘이 더 실어질 테니까. 역시 합리화의 일종이다. 5
그렇게 루키메데스는 수많은 희생을 딛고 마법을 완성시킨다. 마법이라는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한 그는 이제 다음 목표를 찾아야만 한다. 마법의 강력함과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 역시나 이유는 같다. 그래야 그들의 죽음에 가치가 생길 테니까.
그러나 그는 대재해의 루키메데스처럼 복수할 대상도 없고, 주술사 루키메데스처럼 마법을 포기할 수도 없다. 마법의 가치를 증명하는 행위가, 곧 그들의 희생에 대한 가치를 증명하는 행위가 되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사실 여기서 루키메데스가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한다. 사고의 원흉은 루키메데스이므로. 자칫했다간 스스로를 원망하며 상처 입히기 직전이다. 하지만 여기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눈을 뜬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루키메데스는 마왕이라는 인격을 만든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고 그 세계를 마법으로 만든 세계, 마계라 이름 붙이자!
내가 마계의 왕, 마왕 루키메데스다!
너를 부정한 세계에서, 나는 오늘 떠나는 거야!
마왕이라는 인격을 만든 루키메데스는 세계 정복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움으로써 당장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죄책감을 안고서 자기 자신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세계 정복은 사실 성인 남성이 세운 목표라고 하기에는 다소 유치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루키메데스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인간계는 '시시리를 부정한 세계'나 다름 없다. 그러한 세계를 '정복' 한다는 것은, 시시리를 부정한 세계에 대한 저항이자 반란이며, 분풀이라고 할 수 있다. 시시리에 대한 강한 감정을 품은 자가 시시리를 부정한 세계를 정복한다면, 세상에 그보다 통쾌한 복수가 있을까?
이런 대사와 함께 창조된 마계는 사실 루키메데스가 가족들(특히 시시리)에게 헌정한 사랑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다.
- 시시리를 부정한 세계는 부정하고, (절대로 자기 잘못은 인정하질 않는다) 그들의 희생이 녹아든 마법으로 만든 세계, 마계를 창조한다.
- 자신의 실수로 가족을 잃은 그는 좀처럼 죽지 않는 긴 수명의 생명체, 마족을 만들어낸다. 6
- 루키메데스가 만들어낸 마물 중에 있는 니세판다. MQ 2장 3권 겉표지에 부록으로 들어간 만화를 보면, 그 모습이 시온이 어렸을 적 그린 '판다'와 같다.
- 오리지니아, 그들의 고향을 마계로 고스란히 옮겼다.
그러나 루키메데스는 공들여 만든 이 마계를 스스로 파괴한다. 가족애를 부정함으로써 죄책감을 잊으려고 하는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러한 행위는 도피,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다.
거기에다가 사실 루키메데스가 마계에서 아무리 발악을 해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뭐냐면
시온이다.
시온은 루키메데스에게 있어서 계속 가족을 생각나게 하는 트리거와 다를 바가 없다. 루키메데스가 이전에 시온의 장난감을 보고 슬퍼한 감정에서 디쳄버가 태어난 것처럼. 3장 46화






'마왕' 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자기세뇌하는 부분을 보면 확실히 자기방어를 위해 만들어낸 껍데기라는 게 눈에 들어온다.
이 씬의 대사에 말줄임표(…)가 많은것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사에는 문장 부호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뉘앙스 차라는 게 있고, 독자들은 그를 통해서 인물들의 심리를 유추한다. 저 대사들에 말줄임표가 붙고, 붙지 않고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나는 마왕이야.
는 단순히 선언 · 혹은 사실을 읊는다에 가깝게 보이지만,
나는··· 마왕이야···
는 다짐 · 자기세뇌 · 망설임의 감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고작 장난감이다. 시온이 사용하던 장난감 하나를 보고 그는 동요한다. 마왕이라는 페르소나가 뒤로 물러서고, 가족들 속에서 살아가던 루키메데스가 수면으로 부상하려고 할때 그는 자기 세뇌로 이를 억압한다.
마왕이 아닌, 그저 루키메데스는 지금까지 저지른 자신의 죄를, 가족을 죽이고 위협한 죄책감을, 지금껏 회피해온 자신의 책무를 쉬이 직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루키메데스는 재앙 때에도 낙석 사고를 살해라며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길 정도로 연약한 사람이었다.
장난감에 깃든 추억은 따지고보면 그렇게 대단한 기억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를 보고서 슬퍼하며 무의식적으로 디쳄버를 만들어내고, 마왕이라는 존재 자체가 흔들릴 정도인데 시온 그 자체는 과연 어떻겠는가?
그는 움직이는 추억 덩어리이며, 그가 마지막까지 파괴하지 못한 가족애의 형상화다.
마왕 루키메데스는 루키메데스가 만들어낸 극도의 방어 기제이자 광기의 산물, 가족과 책임에게서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까 가족애의 형상화인 시온을 파괴할 수 밖에는 없다. 마침 그가 용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채 루키메데스를 적대시하고 있으니, 변명을 삼기에도 딱 좋다. 7
그렇다고 해서 자식을 죽이려고 드는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세탁기를 아무리 돌려봤자 세탁할 수 없는 악인이 맞다. 세상에 아내랑 자식 잃은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 루키메데스가 누군가의 아내랑 자식을 죽인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이하는 자식들의 차별 대우와 관련된 생각이다.
루키메데스라는 캐릭터 자체의 해석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아래쪽으로 밀어두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고 그 세계를 마법으로 만든 세계, 마계라 이름 붙이자!
내가 마계의 왕, 마왕 루키메데스다!
너를 부정한 세계에서, 나는 오늘 떠나는 거야!
이 페이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마지막 칸에서 루키메데스가 호칭하는 것은 '너'다. '너희'가 아니다.
이때 루키메데스가 호칭한 것은 '시시리와 레이크'가 아니라, '시시리' 일 것이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건대, 루키메데스는 딱히 레이크와 시온을 차별하려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8
그의 1순위는 어디까지나 시시리고, 어떤 세계에서든지 그의 광기 트리거는 시시리였다. 레이크를 편애하고 시온을 박대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시시리와 아들들을 구별했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아내에게 가지는 사랑과 자식에게 가지는 사랑은 다른 법이니까.
여기에 덧붙여서 [3장 43화에서 루키메데스는 왜 시온의 이야기를 언급조차 안 하고 갔느냐?] 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보자면
일단 일차적으로, 그런 대화를 할만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시온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솔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화제가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레이크를 막기 위해 움직인 것이었고, 루키메데스는 레이크의 몸 속에 있으며, 시온과는 그렇게 깊은 친분이 있지도 않다.
좀 더 메타적으로 살펴보자면, 이 시점에서 시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전까지 있었던 몰입을 해칠 수 있다. 왜냐면 대개 독자들은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고, 당시 3장의 주인공은 솔과 레이크이므로.
3장의 주역이 시온과 알바였고 만난게 알바였으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3장의 주역은 솔과 레이크였고, 루키메데스와 만난 것은 솔이었으니 당연한 전개다.
기실 시온의 장난감에서 태어난 디쳄버를 통해서, 충분히 시온에게도 가족애를 가지고 있었단 사실을 밝혔으니 굳이 재차 언급할 필요도 없었을 터다.
더불어 그가 시온/크레아시온에게 가족애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위에 실컷 설명하긴 했으나)

이 시점에서 이미 미쳐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우한 사고로 죽었다는 충격과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충격은 그 충격의 수준이 분명 다를 것이다. 루키메데스의 마왕 놀이는 절대로 정상적인 행보가 아니다.
3장 43화
"그래, 나는… 원래 레이크네를 위해
마법연구를 했었을 터였는데…
뭘 하고 있었던 걸까……"
+F5 80화
"최고의 세계잖아,
뭐 하는 거야
이 세계의 나는…"
이렇게 작중에서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루키메데스는 자신의 모든 행적을 일관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루키메데스는 원망할 타인 없이는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다.
비록 자신이 타인의 원망이 된다고 할지라도.
- 예를 들자면 '시온 - 크레아시온 - 로스'처럼 [본문으로]
- 이러한 행위는 방어기제 중에서도 부정 · 투사에 가깝지 않을까? [본문으로]
- 시시리와 레이크를 지금 시점에선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인지 [본문으로]
- 그가 생각하기로는 [본문으로]
- 그러나 만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루키메데스의 우유부단함이 드러난다. 어디냐 하면 그가 '죽음'을 맞을 희생양으로 고른 것이 시온이 아닌 크레아라는 부분이다. 정말 희생에 대해 합리화를 하고 싶었다면 그가 죽여야 하는 건 크레아가 아니라 시온이다. 그러나 그는 가족에 대한 정을 끊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선택한 희생양은 크레아다. 물론 이후 시온이 죽음을 맞이하긴 하지만, 그것은 힘 조절 실패에 의한 사고지, 그를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본문으로]
- 루키메데스 내면 깊은 곳에는 죽음과 상실에 대한 거부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라 선생님은 비공식적인 설정이라 하였으나 일단 캐릭터 해석을 위해 참고했다. 링크1 링크2 [본문으로]
- 그러지 못한다면 루키메데스의 자아가 상처를 입고 죽어버리고 마니까. [본문으로]
- 물론 자식인 시온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CH 동인지(빨리 나오면 좋겠음)에서도 시온은 자신이 차별당했다 느꼈기 때문에….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닐 뿐이지 결과적으로는 시온의 보호자 역할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차별 대우를 한 것은 맞다. [본문으로]